광주 Ｊ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인 김모(여·45)씨는 최근 5·18 관련 수업을 위해 학생들을 상대로 몇가지 질문을 했다 깜짝 놀랐다. 5·18 발생연도를 아는 학생이 열명중 한명꼴도 안됐고, 불순분자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알고 있는 학생도 열에 여덟명 가량이나 되는 등 5·18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발 24년이 지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 점차 잊혀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청소년 의식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이 단체가 광주지역 초·중·고교생 2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98년과 2000년 200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조사한 `5·18 의식조사'결과를 보면 5·18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지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5·18의 발생연도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 비율은 98년 32.3％에서 2000년 22.4％, 지난해 12.1％로 급감했다. 전남지역 학생까지 포함하면 5·18 발생연도를 제대로 아는 학생은 8.9％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의 37％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5·18을 불순분자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잘못 알고 있었으며 5％의 학생들은 5·18에 대해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광주·전남지역 청소년들이 이럴진대 서울·부산 등 타 지역 청소년들이 5·18에 대해 잘 알고 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일까.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단순히 역사적 사건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김승장학관은 “학생들이 모두 80년 5·18이후에 태어난데다 골치아픈 것은 외면하는 신세대 풍조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년간 5·18 연구학교를 수행한 광주자연과학고 정희곤 교사(53)는 “5·18 행사에 참여하거나 5·18묘지를 참배한 학생들은 많은데 사회조사연구소의 결과처럼 인지도가 낮은 이유는 5·18을 역사적 사건으로 여길뿐 현실속에서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5·18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지도가 해마다 낮아지면서 세대간 연대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교사는 “이제는 5·18 정신을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심을 것인가가 과제”라며 “따라서 교육의 초점도 정신계승쪽에 맞춰 5·18 체험세대와 비 체험 세대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