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병인 지역감정의 뿌리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생각이 다르다. 일부는 신라와 백제의 대립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학자는 고려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가 그 시작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차현(車峴)이남 금강(錦江)이외의 산형지세는 배역(背逆)하니 그 지방사람을 등용하지 말 것.’ 문제가 된 훈요십조의 제 8조이다. 그런가 하면 옛날에는 지역감정이라는 것이 없었다는 연구도 있다. 현재와 같은 지역감정이 생긴 것이 최근이라는 논리이다. 어떤 학자는 그 뿌리를 일제의 식민정책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경부선을 축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곡창지대인 호남지역의 경제가 무너졌고 이 결과 지역감정이 배태되었다는 것이다. 지역감정의 뿌리를 지난 72년 대통령 선거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당시 경상도 출신 박정희 대통령은 전라도 출신 김대중 후보와 불과 70만표 차이의 접전을 벌였다. 경찰과 행정기관이 총동원된 가운데 김대중 후보가 ‘투표에서 이기고 검표에서 졌다’는 말이 나왔다. 그 뒤 양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 출신의 정치지도자가 ‘말뚝을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이런 지역감정만 해도 감당이 어려운데 이번에는 ‘지방감정’이라는 것이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전국의 초중고생 1만6325명을 조사한 결과 ‘지방은 싫다’는 서울의 지방 차별의식이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상도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서는 22.1％가, 전라도 사람과는 22.6％가 ‘싫다’고 대답했다. 오는 4월 고속철이 개통되면 우리나라 전역이 불과 2시간30분대의 권역이 된다. 이런 좁은 땅덩어리속에서 지역감정, 지방감정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것도 같은데 현실은 여전히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면 정부라도 나서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려 노력해야 할텐데 행정수도는 충남으로 옮긴다고 하면서도 수도권에 25개의 신도시를 더 만들겠다는 희한한 정책을 마구 발표하고 있다. 정말 이해가 곤란한 정책이다. / 김주남 / 논설위원 (jookim@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