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그들，U세대를 읽는다 (2)] 사랑，연애는 OK！결혼은 선택 기사입력 : 2005.05.19, 17:55
최근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전국 초·중·고교생 2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종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유비쿼터스세대(U세대)로 불리는 이들의 결혼이나 사랑관을 가늠할 수 있다.
우선 결혼에 대해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33.3%,‘생각해보지 않았다’ 5.0%,‘하지 않겠다’ 3.3%로 나타났다. 또 ‘연애상대와 결혼상대가 같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는 51.6%가 아니라고 응답,상당수가 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삼종지도(三從之道)’나 ‘일부종사(一夫從事)’를 강요받던 옛 세대와 달리 사랑에 있어 당당하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게 요즘 U세대,특히 여성들의 모습이다.
#용기있는 여자가 꽃미남을 차지한다
‘용기있는 남자가 미녀를 차지한다’는 말은 곰팡내 나는 옛말이다. 용기있는 남자를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꽃미남’을 내 남자로 찍는 당찬 여성이 늘고 있다.
180cm 키에 준수한 외모,유머에 남다른 패션감각까지 갖춰 꽃미남 소리를 듣고 있는 고영만(가명·22·대학생)씨. 고씨는 요즘 길거리나 미팅에서 만난 여성들의 당찬 사랑고백때문에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최근 미팅에서 알게 된 여학생은 커플이 아니었는데도 먼저 연락처를 알아내 고씨에게 접근한 경우.
약 한달간 스토킹 수준에 가깝게 달라붙는 공세에 지친 고씨가 “여자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말해봤지만 “남자가 먼저 데이트를 신청하거나 교제의사를 보이는 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라며 되레 면박을 당했다.
또 길가던 중 갑자기 한 여성이 다가와 “사귀자”며 자취방까지 졸졸 따라온 경우도 있었고,미팅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연일 고가의 선물 공세를 펴며 지금도 고씨에게 ‘작업중’이라고 한다.
심지어 중학교에서도 이런 공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중학교 1학년인 김모(13)군은 여자친구의 적극적인 구애로 커플이 된 사례. 태권도장을 다닌다며 은근히 힘 자랑을 한 여자친구는 ‘한번 사귀자’는 말을 내뱉은 뒤 김군을 거의 반강제로 자기 남자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김군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뺏은 뒤 액정화면에 자기 사진도 넣어줬다.
그리고 던진 의미심장한 한 마디. “다른 사진으로 바꾸면 죽어!”
#온달콤플렉스에 빠진 남자
지방 국립대에 재학중인 김모(22)씨. 김씨의 꿈은 ‘좋은’ 여자를 하루 빨리 만나 소위 ‘셔터맨’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
자격증이나 어학공부를 열심히 해도 취업이 어려운 마당에 차라리 집안 좋거나 돈 많은 여자를 만나 편하게 살아보자는 게 요즘 삶의 목표다.
그래서 김씨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팅이나 소개팅 자리에 나가고 있다.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는 능력있는 여자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외모가 중요할 것 같아 여름방학을 이용해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을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씨처럼 처가나 아내 덕을 보려는 이른바 ‘온달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젊은이가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모 포털업체가 남성 네티즌 7000여명을 대상으로 사랑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대다수가 얼굴보다 여성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얼굴은 예쁘지만 돈도 능력도 없는 여자보다는 얼굴은 별로지만 돈 많고 능력있는 여자가 더 좋다’는 의견이 77%에 달한 것이다.
#온라인 사랑도 사랑
광주에 사는 정모씨(여·25)는 블로그와 메신저를 통해 온라인 사랑을 나누고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 일상 생활을 담은 글과 사진을 올리면 이를 보고 연락하는 남자 네티즌이 많다. 정씨는 남자 네티즌들이 블로그에 안부글을 남기면 곧바로 상대방의 프로필이나 사진,글을 훑어본 뒤 쪽지나 비밀글로 연락처를 남기고 있다.
이렇게 블로그와 메신저를 통해 사귄 남자친구만도 벌써 5명 가까이 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만남만 지속했을 뿐 실제 만남으로 이어진 것은 딱 한 번 뿐이다.
지금 메신저를 통해 사귀고 있는 친구도 마찬가지. 컴퓨터 모니터 화상을 통해 얼굴만 봤지 만나서 손 한번 안 잡았다.
“내가 원하는 이성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이런 온라인상의 만남이 훨씬 편하고 즐거워요. 친구들이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힐책하지만 메신저를 통해서도 사랑이란 감정이 생기더라구요.”
아무 감정없이 만났다가 싫어지면 바로 헤어지는 인스턴트식 사랑보다는 온라인 사랑이 더 괜찮은 것 같다고 정씨는 말했다.
